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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 성지를 관할하는 중림동약현 성당은 1891년 11월 9일 명동 본당에서 분리 설정된 서울 시내 두 번째 본당입니다. 규모는 명동 성당보다 작고, 도성문 밖에 위치하고 있으나, 한국에서 가장 역사가 오랜, 한국 최초의 고딕식 교회 건물로 1892년 11월에 건축 공사를 완료하고, 1893년 4월 23일에 뮈텔 주교의 집전으로 봉헌되었습니다. 한국 최초의 서양식 교회 건물이며 아름다움과 장엄함을 겸비한 성당 건물로서 1977년 11월 22일자로 ‘국가 사적 제252호’에 지정되었습니다. 한편 1998년에 화재로 내부가 불탔으나 2000년에 다시 복원되었습니다. 약현 본당이 설립된 당시에는 서울에 두 개의 본당만이 있었기 때문에 그 관할 구역은 아주 광범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서울 도성의 경계였던 사대문을 기준으로 종현 본당은 도성 안을, 약현 본당은 사대문 밖의 전 지역을 관할하였고, 약현 본당은 가깝게는 도성 주변의 서울 지역과 경기도 일대, 멀게는 지금은 북한 지역인 개성을 지나 황해도 배천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을 관할하였습니다. 성당 내에 있는 서소문 순교자 전시관은 1991년 3월에 개관하였다가 지난 2009년에 성당 내 피정 집을 수리하여 재개관하였습니다. 전시실에는 초기 한국 교회천주교회의 4대 박해 당시 순교한 신자들이 사용하던 교리서, 신심서적 등이 있으며, 특히 서소문 순교자인 강완숙의 가계도, 프랑스 선교사들의 문서류도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미사용 제구, 나무 제대, 약현 성당 목재 종틀, 성당에서 사용하던 오르간, 1998년 성당 화재로 검게 탄 성당 제대와 성모상 등이 전시되어 있고 약현 본당 출신 신부로 만주에서 사목하다 선종한 김선영 신부의 유해와 친필 서한 등도 전시되어 있어 함께 둘러보면 좋을 것입니다.